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써 내려가다

전봉건, 「사랑」

by 냠뇸냠 2017. 4. 18.

 

 

 

사랑한다는 것은

 

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뿌리째 뽑고

그 뿌리를 썩힌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

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

깊이 파헤쳐 내 두손의 땀을 섞은 흙

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.

 

그리고

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

바위 속보다도 어두운 밤이어도

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.

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

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

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

지키는 일이다. 지켜보는 일이다.

 

사랑한다는 것은.

 

- 전봉건, 「사랑」

 

좋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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